『온 뷰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에 대해 고찰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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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가? 나이는? 피부색은? 종교는? 패션 스타일은? 직업은? 정치관은? 취미는? 부모의 부모는 어떤 분이셨는가? 가난했는가? 부자였는가?
‘나’는 세상에 단독자로 태어난 것이라 믿고 싶지만 사실 어떤 부모를 만났는지가 ‘나’의 정체성이나 삶의 조건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가장 들어맞는 경우가 바로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른 부모를 만났더라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사춘기의 고민은 절대로 유치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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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뷰티』에서 남편 하워드 벨시와 부인 키키에 대해 묘사해 보겠다. 하워드는 중하층 계급에서 자수성가한 미학 전공 교수이자 백인에 속한다. 키키는 노예였던 할머니가 상속받게 된 재산으로 집안이 중산층에 올라서게 된 흑인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중산층이고’ ‘똑똑하고’ ‘진보적’이다. 이들이 낳은 세 자녀는 어떤 성격일까? 일단은 모두 혼혈. 어릴 때부터 대학 교수인 아버지 덕에 지적인 환경에서 자랐다. 돈이 아주 부족하지도 않다. 식탁에 둘러앉아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이다…….

그에 반해 몬터규 킵스 교수 가족 분위기는 벨시 가족과 천지차이다. 킵스 부부의 성향은 벨시 부부와 완전히 다른 ‘기독교 보수파’다. 교수라는 점과 흑백 커플이라는 점만 같을 뿐, 이들의 성향은 벨시 가족과 맞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자연스레 이들의 자녀도 그 영향 속에서 자랐다. 적어도 소설 속에서 하워드의 시선으로 묘사되는 것으로만 보면, 약간은 ‘위선적이고’ ‘냉정하고’ ‘완고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개방적인 벨시 부부의 아들 제롬은 꽉 막힌 얼뜨기 혼전순결주의자인 것일까? 보수적인 킵스 부부의 딸 빅토리아는 왜 그렇게 성적으로 개방적인 것일까? 그리고, 왜 이 둘은 갑자기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겠다는 것일까? 물과 기름처럼 다른 가족이 갑자기 한 동네에 살게 되면서, 사건은 얽히고설켜 들어간다.

『온 뷰티』는 각기 다른 두 가정의 모습을 그린다. 크게는 미국 사회를 이루는 큰 구성원 두 줄기에 대한 미시적 묘사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기초적인 것은 부부와 자녀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들먹이지 않아도, 국가의 기본은 가정이고, 그 가정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데, 이 소설 속에서 두 가족이 겪는 갈등과 혼란은 바로 미국 사회가 겪는 그것에 다름 아니다.
끝까지 읽다 보면 왜 콩 심은 데에서 콩이 안 나고 팥이 날 수도 있는지, 삶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비밀에 대해 다시금 실감하는 순간이 온다. 독자들도 이 모순에 함께 빠져들어 보길 바란다. 출생의 비밀로 이루어지는 막장 아침드라마만큼이나 흥미진진하지만, 그만큼 우리 삶 그 자체를 쨍한 거울처럼 비춰 주는 소설이다.

 

 

민음사 편집부 허주미

출간일 2017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