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는 없다 표1-1권 롤리타는 없다 표1-2권

인문학의 핵심은 ‘공감’ 능력… 

 

사회가 점점 더 개인주의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떠나서는 그 누구도 살 수 없다. 개인의 죽음도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데 하물며 역사적 사건이라든지 사회적 정의와 관련한 문제는 개개인이 각자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롤리타는 없다』의 저자 이진숙 미술평론가가 주장하는 논점의 핵심이 바로 ‘공감’이다.

“공동체 전원이 함께 생각을 해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옆에서 한 사람이 죽어 가고 있는데 그것을 남의 문제로만 치부를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죽음을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도 바로 저 사람처럼 될 수 있다는 공감 능력을 발휘할 때에 비로소 좋은 문화와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인문학의 핵심이 바로 ‘공감’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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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라는 환상을 깨기 위하여…

 

“인문학은 답을 주는 학문이 아니라, 계속 질문을 던지는 학문입니다.” 이진숙 저자에 의하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가 가장 오해받은 텍스트의 하나라고 한다. 아저씨가 어린 소녀를 사랑하는 이야기로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소설. 그런데 『롤리타』는 아저씨의 소녀 사랑 이야기를 아름답게 미화한 소설이 아니라는 뜻.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그는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나의 롤리타는 내가 그녀에게 입힌 더러운 정욕의 상처를 절대로 잊지 못할 터였다.” 그는 소녀를 롤리타라고 불렀지만 그녀의 풀네임은 돌로레스 헤이즈(Dolores Haze)이다. 이 이름으로 나보코프는 “서글프고 아련한(dolorous and hazy)”이라는 단어를 연상하도록 했다. “서글프고 아련한” 롤리타는 이중으로 박탈된 존재였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리고 롤리타는 그 삶이 얼마나 힘겨웠는지를 자기 입장에서 이야기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이진숙, 『롤리타는 없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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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지식인(강자)의 이야기가 계속되다가 2부에 가서 비로소 롤리타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자기 얘기를 하는데, 그 부분이 바로 핵심입니다. 문화에서 소외되어 있던 한 세력이 자기 얘기를 꺼내면서 기존의 질서를 깨는 구도이기 때문에 『롤리타』가 그토록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겁니다.”

 

험버트의 말은 세련되고 우아하고 지적이며 현학적이기까지 하다. 우리는 그의 능숙한 언어에 매료되어 권위를 부여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험버트 험버트의 거짓말들 속에 소화되지 않은 알갱이처럼 롤리타의 진실이 포함되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보코프는 험버트의 긴 고백 속에서 결국 진실이 터져 나오게 만들어 1부에서 쌓았던 아름다운 언어의 성을 스스로 파괴하도록 만든다. 어떤 소설의 주인공들은 파멸을 통해서 우리에게 구원의 방식을 제시한다. ―이진숙, 『롤리타는 없다』에서

즉 『롤리타』는 롤리타콤플렉스를 합리화시켜 주는 소설이 아니라 강자들에게 롤리타는 하나의 환상일 뿐이라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인류가 잘못 만들어 온 환상을 깨야 한다는 것이 나보코프의 주제이고, 같은 맥락에서 고전을 우상처럼 숭배하기보다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자라는 의미에서 『롤리타는 없다』라는 제목의 책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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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 HUGO A HAUTEVILLE HOUSE

Self-Portrait with Pal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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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성숙…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인간적인 ‘성숙’입니다.” 돈을 벌고 명예를 쌓는 일이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돈을 끌어 모으는 사람이 권력을 쥐락펴락 하고 있고, 마치 영원히 권력을 휘두를 것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 사람이 리더를 하고 있다. 이들이 과연 행복할까? 우리는 인생의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좌절과 실망 앞에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금 권력자들이 과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해 성숙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지만, 개개인으로서 꼭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한 번 태어나면 죽을 수밖에 없는데, 그 짧은 기간 동안 보다 넓은 세상을 바라본다면 성숙을 지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타인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이런 성숙의 길을 지향했던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위대한 작가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생 목표를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집필한 책이 바로 『롤리타는 없다』이다.

민음사 편집부 양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