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혁명』 아리아나 허핑턴이 《허핑턴 포스트》를 떠나는 이유는?

수면혁명_입체북

“아테네에서는 잠을 숭배한다. 나는 그곳의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자랐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잠의 가치를 깨우치는 책 『수면 혁명』은 이렇게 시작한다. 저자 아리아나 허핑턴은 《허핑턴 포스트》를 세워 언론계에 돌풍을 일으킨 성공한 언론인이자 기업가로 유명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 여동생과 단칸방에서 지내는 등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다. 열여섯의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그리스에서 영국으로 건너가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여학생이 많지 않던 1970년대에 케임브리지의 유서 깊은 토론 클럽 ‘케임브리지 유니언’의 회장을 맡을 정도로 일찌감치 리더십을 보였다.

수면혁명 표지이미지

 

 

그러나 허핑턴은 고향을 떠난 후부터 성공과 성취를 위해 수면 부족을 당연시하는 문화에 자연스럽게 포섭되었다고 고백한다. 졸업 후 미국으로 이주해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정치 논객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로,(아널드 슈워제네거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허핑턴 포스트》 미디어 그룹의 회장이자 수석 편집장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오는 동안 잠은 다른 일들에 밀려 틈날 때 겨우 허겁지겁 해치우는 일과가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만을 보이면 벌이 내리는 것처럼, ‘피곤한지조차 모를 정도로 피곤하면서도’ 잠을 줄여 일에 몰두했던 허핑턴에게도 문제가 터지고 만다. 2007년 과로와 수면 부족 끝에 사무실에서 쓰러져 광대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깨어나 병원에 실려 간 허핑턴은 자신이 정말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남들도 부러워하고 나도 만족하는 성공을 이루었고, 사업도 안정과 균형을 이뤄 가는데, 왜 항상 불안하고, 피로하고,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할까?”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삶의 원인을 충분한 수면의 부재, 즉 ‘수면 박탈’에서 찾은 그녀는 이후 ‘수면 전도사’를 자처하며 미국 전역에서 숙면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뉴욕 소호에 있는 자신의 집을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에 올리는가 하면, 우버와 협업해 졸음운전 예방 교육도 실시했다.

 

“우리는 수면 과학의 발전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수면의 신비를 재발견할 필요 역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합한 것 그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 모든 몸부림과 조급함, 그 너머에 우리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멈춤(stillness)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멈춤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끝없는 소음보다 더 깊고 더 오래된 곳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매일 밤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이렇게 말했다. “움켜쥐는 법을 배우기 전에 놓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그리고 매일 밤 잠에 굴복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놓음’을 행하는 것이다.”

 

 

허핑턴은 다시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다. 11년 동안 애정과 헌신으로 이끌어 온 《허핑턴 포스트》 편집장을 사임하고, 건강 및 웰빙 스타트업 ‘스라이브 글로벌(Thrive Global)’에 전념하며 대중에게 수면과 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강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허핑턴 포스트》를 뒤로하고 떠나는 그녀는 독자에게 묻는다. “왜 피곤하다는 이유로 삶의 다양한 경험과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나요?”

 

민음사 편집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