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동물 이야기』 보르헤스의 비밀스러운 동물원

어린 시절 8절지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그렸던 머릿속 동물 친구를 기억하시는지.
빨간색 기린, 불을 뿜는 사자, 별무늬 강아지, 날개가 돋은 코끼리…… 다시금 떠올려 보면 아마도 그 안에는 아름다움과 강함, 사랑스러움과 두려움에 대한 어린아이의 관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이다.

도서관에 비할 만큼 방대한 지식을 머리에 담고 우주에 비할 만큼 분방한 상상을 가슴에 품은 ‘우리 시대의 사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그가 엄선한 신화와 문학, 전승과 문헌 속 상상의 동물들이 실린 색다른 박물지 『상상 동물 이야기』는 기괴하고 신기한 동물들의 묘사를 통해 도리어 그것을 상상해 낸 인류의 근원적인 관념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인간의 상상력은 때로는 상상 이상으로 더욱 신비한 것을 창조해 왔다. 우리가 떠올린 머릿속 허구의 존재들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실제 세계를 더욱 잘 이해하게 해 주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 무엇보다 거대한 공룡을 상상했는가? 당신은 당신을 바꿔 줄 크고 강한 무언가를 꿈꾸고 있다.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유니콘을 상상했는가? 당신은 당신 삶을 빛나게 해 줄 아름다운 존재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전 인류의 마음과 무의식과 밤을 지배하는 꿈들을 이 책에 실린 상상 속 동물들은 충실히 그려 내고 있다. 밤하늘에 뜬 커다란 달 속, 희미한 무늬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모두를 위해 나타난 달 속의 토끼,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일을 돌보는 아주 작은 난쟁이 피그미족, 인간의 생활을 관장하는 추위와 더위 가운데 시간의 심연과 열기를 나타내는 동물들, 인간 모두의 숙원대로 지식과 생명을 한 몸에 담은 불멸의 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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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당신이 상상한 것들을 응시해 보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고금의 신비를 모아 만들어 낸 이 흥미로운 진열장 속에는 인류가 상상해 온, 인류가 염원해 온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영원히 불가능할 듯하면서도 당장 우리가 바라 마지않는 이 상상 속 금단의 열매들을 함께 맛보고 똑바로 바라보는 시간이 되기를.

 민음사 편집부 양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