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동성결혼은 사회를 바꾸는 동시에 바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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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2일 토요일 오후 3시,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의 저자 리 배지트를 한국에서 직접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날 있었던 토크콘서트의 풍요롭고도 신선한 내용을 짧게나마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전 대법관이셨던 전수안 선생님의 축사가 있었다. 그녀는 왕소군과 피천득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춘래불사춘(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답지 않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1월이 되면 새 봄은 온 것이다. 자정이 넘으면 날이 캄캄해도 새벽이 된 거와 같이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1월은 봄.”이라는 문장도 있다. 수적으로 열세인 이들이 비정상으로 분류되고 결혼과 사랑이 허용되지 않는 봄답지 않은 봄을 넘어, 진정한 봄을 고대한다는 마음을 담아 함께 “그래도 봄은 옵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는데, 강연회 당일은 실제로 꽃샘추위 탓에 상당히 추웠던 날로 기억한다.

배지트는 배우자인 엘리자베스 실버와 동석했는데, 두 사람이 1998년 처음 만난 후 6년이 지났을 때 결혼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졌다고 한다. 한국어판 출간에 관해서는, 책을 쓰는 것이 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리를 빛내 준 독자분들께 “나의 아이를 입양해 주어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본 강연은 세 개 질문에 대한 질답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결혼 평등에 관한 실험 보고서로,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주요히 다룬다.

1) 동성 커플이 결혼 제도를 변화시킬까?
2) 결혼 제도가 동성애자를 변화시킬까?
3) 대안 제도로는 불충분한가?

이번 「책의 사생활」에서는 책의 핵심 내용이랄 수 있는 1)번 질문에 대한 배지트의 연설을 옮겨 보고자 한다.

“결혼의 의미란 행위적인 측면과 관념(명사로서의 제도)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로서 몇 가지 척도를 도입하여 동성 결혼의 영향을 가늠해 봤습니다. 결혼율, 이혼율, 혼외 출생률 세 가지 척도로 변화 수치를 비교해 본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한 결과, 동성혼의 법제화가 이성애자들의 세 가지 척도에 있어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진 않았습니다. 물론 이성 결혼 자체의 변이 양상이 있었기는 하지만(이혼율은 늘고 결혼율은 줄며 혼외 출생률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 그것이 동성혼의 도입과 관련해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이게 결혼을 행위(동사)로 봤을 때의 분석입니다.
그럼 관념으로서의 결혼 제도는 변했을까요? 우선 저는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궁금했습니다. 그들이 결혼을 어떻게 인식하기에, 결심하게 된 것이고, 그들이 결혼함으로써 이전의, 이성 중심 결혼 제도가 바뀌겠느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터뷰이 중 한 커플이었던 리즈는 퍼트리샤에게 청혼했던 일화를 들려줬습니다. 그들은 수월하게 결혼에 골인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리즈는 퍼트리샤의 청혼을 거절하였는데, 낭만적인 결혼을 꿈꿨던 퍼트리샤에게 리즈의 사무적인 뉘앙스의 청혼(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 했던 프러포즈)이 절망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죠. 같은 레즈비언이고, 한 커플이라고 해도 결혼관에는 차이가 있었던 셈입니다. 같은 커플이라도(동성 커플 내에서도) 결혼하는 동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랑과 헌신의 표시로, 사회적 인정을 위해서, 자녀 출산이나 주택 구입 문제, 기타 법적 제도망에 들어가기 위해서일 수 있었지요. 그러나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매사추세츠 조사 결과에서 대다수 응답을 차지했던, “법적 인정과 사랑(헌신)의 표명”이라는 상징성입니다. 이렇듯 상징적인 낭만을 획득하기 위해서 결혼한다는 사실은 이성애자들의 결혼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앞서 Yes라고 했는데 면밀히 보자면 답안을 No라고 정정해야 할 듯합니다. 동성 결혼이 이성 결혼의 경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동성애자들의 결혼 결심도 이성애자들의 동기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사(관념)으로서의 정의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다른 가능성도 보이는 것 같아요. 혼인이란 공적 행위입니다. 여러 하객이 생기고, 그들이 인정하고 개입하게 되죠. 그들은 보통 이성애자일 확률이 높고요. 소수의 동성 커플이 결혼한다고 해도, 축하하는 사람이 생기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그들의 결혼과 사랑에 적응하는 그들과는 다른 사람이 생길 겁니다. 그렇게 보자면 사회적 반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이, 상당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결국 답은 다시 Yes 쪽으로 향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민음사 편집부 김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