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으로서의글쓰기_입체북 (1)

 

오랫동안 글과 삶의 하나 됨을 말해 온 작가가 있다. 수백만 독자를 가진 글쓰기 책의 저자이자 전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수행하며 글쓰기를 가르치는 스승, 나탈리 골드버그다. 그녀는 자잘한 글쓰기 요령과 기교를 넘어 ‘삶의 한가운데서 일단 쓰라’고 말한다. 작가가 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퍼뜨리기 위해, 있어 보이기 위해 글을 쓴다는 생각을 뒤집고, 글이란 ‘무엇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일 자체가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골드버그의 글쓰기 수업은 상당 시간 글쓰기와는 다른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말없이 걷고, 명상하고, 그러다가 몇 분의 제한을 두어 글을 적는다. 좌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종교적 행위는 아니다. 관심은 오로지 ‘진정한 나와 마주치는 것’에 있다. 멋들어진 글을 써내기보다는, 글을 쓰는 동안 자기 내면의 생각과 욕망을 진실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목표다. 그녀는 무엇보다 지금 두 발을 딛고 선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하라고 충고한다.

 

“당신이 있는 자리가 글이 나오는 곳이다. 당신이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든, 위스콘신의 농장에서 염소젖 치즈를 만들고 있든, 콜로라도에서 뗏목을 타고 강을 내려가든, 아프가니스탄에서 총을 들고 경계를 서든, 바로 그곳 말이다.”

 

글을 쓰는 행위란 오늘날 더욱 일상적인 것이 됨과 동시에, 타인에게 보다 쉽게 내보이는 것이 되었다. 작가의 꿈을 펼쳐 보라는 블로그 플랫폼에서 꾸준히 한두 가지 주제를 천착하든, 140자보다 짧은 기지 넘치는 촌철살인을 풀어 놓든, 주머니 속 스마트폰만 꺼내면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고, 써낸 즉시 퍼블리싱이 가능한 시대다. 그러나 집필과 소통의 경계가 흐려진 가운데 그 ‘쉽게 쓰여진’ 글들은 뉴스피드에서, 타임라인에서, 구독 목록에서 잠시간 떠 있다가 이내 흘러가 버리고 만다.
무엇이든 써낼 때마다 어쩐지 고인 연못물을 퍼다 쓰는 것처럼 비어 가는 느낌이 든다면, 내 마음을 조금 더 단단히 다지고, 내 안을 차곡차곡 채우는 글쓰기의 놀라운 힘을 발견하고 싶다면, 나탈리 골드버그의 『구원으로서의 글쓰기』를 읽어 보자. 글쓰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럼으로써 인생은 더욱 아름답고 숭고해진다는 간명한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김윤지

연령 13세 이상 | 출간일 2016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