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시인의 첫 인상은 간단했다. 크구나. 키가. 이상한 안경을 쓰는구나. 더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그땐 나도 어렸고, 윤후는 더 어렸으니까 그 이후에 생긴 많은 기억이 그때의 기억을 천천히 덮어 버렸음이 무리는 아니다. 1990년생인 서윤후 시인은 그야말로 소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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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시인이라고 하면 어쩐지 랭보와 같은 천재적인 스타일이 있거나, 윤동주 같은 범접할 수 없는 순결함이 있을 것만 같지만 키가 크고, 이상한 안경의 이 시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다만 시에 대한 조심스러운 열정뿐이었다. 그는 선배들이 발표하는 시를 거의 다 읽고 있었으며, 표현상으로 “밑줄을 긋는다.”라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그가 밑줄 그은 문구만 추려 읽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근사한 노트가 될 테니까. 그렇게 밑줄을 긋고 시를 짓던 소년은 이제 청년이 되었다. 아직 ‘소년성’이 다분한 그가 완연한 청년이 되기 전에 첫 시집을 상재하게 되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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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의 첫 인상은 간명했다. 따뜻하구나. 시가. 예민하게 언어를 쓰는구나. 더 있을까. 그것은 독자가 채우리라 믿는다. 시간의 덮임에 따라 나는 어느 날 서윤후 시인의 첫 시집을 매만지는 편집자가 되었고, 윤후는 “어디 가서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사실과 “그리고 나는 어겼다”는 고백을 담담하게 말할 줄 아는 시인이 되었다.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하는 말에 꾹꾹 약속을 하다가도 또한 어디 가서 쉽게 그 약속을 깨는 녀석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세상의 ‘동생’들 대부분이 그렇다. 내 하나뿐인 친동생도 나의 의도된 비행이나 실수인 척 저지른 악행 같은 것들을 그날 저녁 엄마에게 잘도 일러 바쳤었으니까. 서윤후 시인은 그런 동생이 되기로 맘먹은 것 같다. 다만 발설할 것이 친형의 악행 같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애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개연성 없는 상처들, “조금 다른 높낮이의 울음소리”와 “남모르게 자라난 아이들의 비밀” 그리고 “얼룩으로 남은 용기” 같은 것일 테다. 이것들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동생의 언어란 원래 그런 것이고, 그것은 시에게 있어 정당한 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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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후는 말한다. 스무 살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끝나는 폭죽”과 같은 거라고, 그는 그 폭죽을 샀다고 고백했다. 그것을 터트렸는지는 아직 모른다. 아직 주머니에만 넣고 다니는 건 아닐까. 안주머니에서 폭죽이 스르르 터진다. 심장에 고요한 폭죽 소리가 전달된다. 그렇게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을 읽고 나니,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동생이어도 괜찮았을 스무 살 어느 시절이 내 앞을 천천히 지나가는 것만 같다. 동생 윤후 덕에 나도 동생이 되어 보는 것이다. 세상의 동생들이 앞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나는 그들을 응원할 것이다. 나 또한 세상의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지막한 소리로 다음 구절을 읽는다.

“여기서부턴 나 혼자 가야겠어.”

 

 

편집부 서효인 

 

  1. 99
    2016.4.4 3:57 오후

    서시인의 후기 좋다.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