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_표지띠지_입체_웹용 

얼마 전에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가 1000회를 맞았다. 그 긴 시간 동안 휴재 한 번 없이 달려온 작가를 위해 네이버는 본사 사무실 형광등을 이용해 ‘마음의 소리 1,000’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띄웠다. 

조석 작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1000화 기념 툰에서 그는 연재 초기의 자신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1화를 그릴 당시의 어린 조석은 지금의 조석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좋겠다. 니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까.”(바로보기) 울컥해지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꿈꾸는 건 사실 조 단위 재산을 갖고 있는 기업 총수 같은 게 아니다.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것, 그래서 너무 돈 걱정 하지 않고도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10대), 잘하는 일이 뭔지(20대), 그 일로 먹고살 수 있는지(30대 이후) 잘 모르겠다는 데에 있다. 셋 중 한둘이라도 알게 되면 다행이다. 서른이 넘고도 천직이 뭔지 몰라 헤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플레이』를 편집하면서 느낀 것은 부러움이다. 넥슨의 김정주 대표가 천문학적인 재산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벌써 이십 대 중반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 잘하는 일로 만들었고, 또 그걸로 먹고살면서 성공한 사람이라서다. 지금 재산이 조 단위든 억 단위든 그런 건 중요치 않다(적어도 김정주 대표에게는 그럴 것 같다). 이 선순환의 성공 경험이 풋내기 게임 키드를 통찰력 넘치는 큰 기업인으로 키워 냈다. 그는 아마 (그럴 리 없겠지만) 지금 당장 망한다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자기만의 길을 찾아내서 그 희열의 계단을 다시 걸어갈 듯하다. 이것이 바로, 그가 인생에서 받은 가장 큰 축복이자 행운일 것이다. 

『플레이』에는 이런 행운아들이 잔뜩 등장한다. <바람의나라>를 만들고 <리니지>를 만든 송재경, 넥슨의 큰형님 정상원, 넥슨의 천재 김동건 등 ‘게임’이라는 소명을 기꺼이 받들고 앞만 보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야말로 삼국지처럼 전개된다. 그들 간의 치열한 전투와 우정에 매료되다가도 맨 마지막에 남는 의문은 다시 그거다. ‘어떻게 알았지? 이 사람들은 그게 자기 길이라는 걸 언제 어떻게 알았을까? 이 사람들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마침 책 말미의 인터뷰에서 신기주 저자가 김정주 대표에게 이걸 묻는다.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김정주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저는 즐겁게 살아요. 아직도 불러 주는 사람이 있는 게 즐겁고 제 일이 있는 게 즐겁고요. 이렇게 일도 하고 책도 내고 오늘 할 일이 있는 게 즐겁죠. 누가 나한테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느냐 그러면, 늘 부담은 크지만 일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해요. 그중 가장 큰 게 함께하는 사람들이죠. 좋은 사람이 있으면 일단 차에 태우고 물어봐요. 어디 좀 같이 가겠느냐고.” 

조석 작가도, 많은 ‘성공한 사람들’도 사실은 이런 마음으로 일하지 않을까 한다. 그냥 내 길이려니 믿고 타박타박 걷는 것. 동료들에게 떳떳한 프로로 남기 위해 애쓰는 것. 성공과 실패야 사업의 신이 하실 일이고, 우리는 그냥 믿고 걷는 것. 이것이 1000회의 기적, 넥슨의 기적을 낳지 않았을까.

신동해 

 

그림 김재훈 | 신기주
연령 14세 이상 | 출간일 2015년 1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