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자본론』 책을 팔지 않는 서점?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에 가 보다!

『지적자본론』 책을 팔지 않는 서점?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에 가 보다!

도쿄는 한국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관광이든 업무든 학업을 위해서든.) 도시 중 하나입니다. 산간벽지의 마을버스 배차 간격보다 더 빈번히 현해탄을 오가는 항공편, 그리고 ‘2시간 30분’(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말이죠.) 남짓한 비교적 짧은 비행시간…… 아무래도 이러한 거리적, 시간적 이점 때문에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도쿄를 방문하는 듯싶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잠시 기분 전환 삼아 다녀올 수 있는 ‘다른 나라’, 즉 도전 가능한 일탈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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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도쿄를 찾는 데에는 가까운 거리, 편리한 교통편 말고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령 식도락의 천국(《미슐랭 가이드》가 인정한 세계적인 미식의 도시.)이라든가, 자꾸만 지갑을 열게 만드는 쇼핑의 만신전, 최신 유행의 발신지이자 일본 문화의 심장부…… 이렇듯 도쿄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갖가지 매력들이 곳곳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쿄를 다녀왔거나 방문하려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 바로 다이칸야마입니다. 신주쿠, 아사쿠사, 도쿄타워, 스카이트리, 오다이바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관광지에 비하면 살짝 낯선 지명인데요, 단지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도쿄를 찾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도대체 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적한 고급 주택가였던 다이칸야마는, 아무래도 점잖은 동네 분위기상 외국 관광객을 불러 모을 만한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터로 남아 있던 작은 덤불숲에 ‘다이칸야마 T-SITE’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대규모 상업 시설이 들어섭니다. 한데 이상하게도, 건설업자 그 누구도 본래 이곳에 심겨 있던 나무를 한 그루도 베어 내지 않았답니다. ‘아니, 숲 속에다 쇼핑몰을 만든다고?’ 이것만으로도 벌써 기이한데, 이 상업 시설의 중심에 들어오는 매장은 다름 아닌 ‘서점’이었습니다. ‘가까운 도심에 대형 서점이 많고 많은데, 게다가 책은 안 팔리고 아마존까지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이토록 거대한 서점을 만들다니, 좀 정신이 나간 거 아니야?’ 맨 처음,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 부정적이었습니다. ‘사양 산업’이라고 못 박힌 서점을, 무려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외진 곳에 출점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대반전’이었습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은 개점한 지 불과 2년 만에 수십 년간 아성을 지켜 온 ‘신주쿠 기노쿠니야서점’의 매출을 압도했으며, 근래에 다른 기업에선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높은 성장세를 이뤘습니다. 그뿐 아니라 바로 ‘이 서점’ 덕에 다이칸야마의 유동 인구는 3배 이상 늘어났고, 덩달아 주변 지역 상권까지 되살아났다고 합니다.(땅값이 오른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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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저 서점’일 뿐인데, 어떻게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외국 관광객까지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걸까요. 바로 ‘그곳’에 가면 각자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줄곧 꿈꿔 왔던 삶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기획한 마스다 무네아키의 오랜 생각, 즉 ‘미래의 소비 사회는 상품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을 원한다, 그러니 모든 사람은 디자이너(기획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신념이 일궈 낸 결실이기도 합니다.(자세한 내용은 『지적자본론』에 몽땅 들어 있답니다!) 구글 시대에 서점은 끝났다, 책은 죽었다……라고 숱한 사람들이 떠들어 댔지만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은 인터넷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 숲 속의 바람이나 커피 향 같은 ‘피부 감각’과 (검색을 통해선 가닿을 수 없는) ‘삶을 발견하는 기쁨’을 사람들에게 선사함으로써 신드롬에 가까운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답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수천 권의 잡지를 모아 둔 ‘매거진 스트리트’,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공원, 요리책 코너에 곁들여진 세련된 식기와 진귀한 식재료들, 프랑스 여행 가이드북 옆에 비치된 누벨바그 영화 DVD와 근사한 화집들…… 이런 ‘서점’을 만나 본 적이 있나요? 아니, 이렇게 근사한 서점을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신화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젠 하코다테, 오사카, 교토(2016년 봄 개점 예정.) 등 일본 각지에서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감동을 만끽할 수 있답니다. 주말여행이나 휴가 때 여행지로 도쿄를 염두에 두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부디 『지적자본론』과 함께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방문해 보세요. 감동과 재미가, 기본적으로 두 배가 될 테니까요.(내일한 영국 왕세손 부부, 덴마크 왕과 왕비도 ‘자유 일정’ 때 유일하게 찾아갔던 곳이 바로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좋기에 그랬을까요.)

민음사 편집부 유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