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언니를 찾습니다

 

올 초 대한민국 모든 언니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드라마 「추노」. 등장인물들의 초콜릿 복근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추노패들이 남자 손윗사람을 ‘언니’라고 부른 것. ‘언니’는 동성의 손위 형제를 이르는 순우리말이다. 그런데 유학자들이 한글을 암글, 언문 등으로 비하하면서, 신분이 낮은 하층계급 또는 여자들 사이에서 언니라는 호칭이 주로 사용된 탓에 점점 손위 자매를 뜻하는 말로 굳어진 것이다.
그동안 한국 문학에서도 어머니, 아버지, 누이, 오빠, 형 등은 많이 다뤄졌지만, 유독 ‘언니’라는 말은 문학적으로 거의 비어 있었다. 그런데 이 ‘언니’를 호출하여 그 속으로 과감히 파고들어 간 시인이 있으니, 추노패들조차 ‘형님’이라고 부를 것만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문단의 큰언니, 바로 이영주 시인이다. 그런 그녀가 다정하게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녀가 이 시집에서 말하는 ‘언니’는 자매로서의 언니가 아닌, 자기 안의 규정할 수 없는 어떤 것, 그 은밀한 내부를 뜻한다. 그렇게 비밀을 나누는 가장 은밀한 암호가 바로, ‘언니’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니’를 찾았다. 이제 한국 문학에 오빠 대신 언니가 돌아오고(『오빠가 돌아왔다』), 엄마 대신 언니를 부탁하고(『엄마를 부탁해』), 누나 대신 언니와 강변 사는(「엄마야, 누나야」) 이야기가 쓰이지 않을까?

소연 언니에게

(김소연 시인의 블로그에서. http://catjuice.egloos.com/2602715 이영주 시인이 김소연 시인에게 시집 표지에 친필로 이름을 써 주었다. 당신도 당신만의 은밀한 ‘언니’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집을 선물해 보면 어떨까.)

이 시집은 세 명의 ‘소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로필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전소연, 추천 글을 써 준 시인 김소연,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바로 이 글 속에 숨어 있다. 오은 시인의 말처럼 “소연의, 소연을 위한, 소연에 의한” 시집 『언니에게』. 세상의 모든 ‘언니’들에게 바치는 시집이다.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

 

이영주
출간일 2010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