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학을 알고자 한다면 피해 갈 수 없는 이름 존 바스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대가이다. 그의 전미도서상 수상작 『키메라』는 『천일야화』와 그리스 신화를 패러디한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특유의 난해함 때문에 수많은 번역자들이 꼭 번역하고 싶지만 가장 번역하기 어려운 책으로 손꼽혔다. 1970년대에 한 차례 번역되어 나왔지만 헌 책방을 사랑하는 도서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번역본이 존재한다, 아니다 논란이 분분했던 희귀 작품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연유가 있다. 존 바스만의 복잡한 만연체 문장이 일단 번역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 왔다 갔다 하는 시점, 멋대로 바뀌는 청자 때문에 한두 번 읽어서는 줄거리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소설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배경 지식을 요하니 책을 내는 과정에서 여러 번역자들이 손사래를 칠 만하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존 바스 전공의 이운경 선생 번역으로 마침내 빛을 본 세계문학전집의 『키메라』는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독자들이 바스식 유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세심하게 주석을 달았고, 이전 번역본에서 시대 분위기 탓에 살리지 못했던 성적인 코드도 모두 살렸다. 곱씹을수록 재미나는 유머를 즐기며 미로 같은 이야기 속을 탐험하다 보면 어느새 더 이상 유령 도서가 아닌, 실재하는 따끈따끈한 『키메라』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