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원래 별스럽긴 하지만, 이런 작가는 또 처음 봤다. 현재 독일 문학을 이끌어 가는 젊은 거장 잉고 슐체는 자기 책의 해외 번역가들을 초대하여 함께 합숙까지 한다. 이른바 ‘합숙 워크숍’이다. 『심플 스토리』의 한국어 판 번역가도 작가와의 만남을 피할 수 없었는데 심지어 베를린에 거주 중인 데다 작가와 한 동네에 살다 보니, 작가와 여러 차례 만나서 함께 고민하며 번역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심플 스토리』는 한 편의 문학 작품이 국경을 넘는 어려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보여 주는 하나의 예로 볼 수 있다. 좋은 작품을 좋은 번역으로 만나는 것, 독자에게 이보다 큰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이처럼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잉고 슐체는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매번 작품의 형식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 오고 있다. 『33가지 행복한 순간』으로 데뷔한 작가는 두 번째 장편소설 『심플 스토리』를 발표한 이후, 주인공이 세 명의 연인에게 보내는 서간문의 형식으로 『새로운 인생』을 완성했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속내를 털어놓는 식의 구어체로만 단편집 『핸드폰』을 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아담과 에벌린』은 거의 대부분이 인물 간의 대화로 이뤄져서 마치 시나리오 한 편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무엇보다 작가의 대표작인 이 책 『심플 스토리』는 더 특별하다. ‘통일 직후 옛 동독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마흔 명이 넘는 등장인물이 왁자지껄하게 나오지만 진짜 주인공은 한 명도 없다. 그리고 29개의 ‘미니 세상’이 별개의 스토리인 양 펼쳐지지만, 소설 전체를 다 읽으면 개별적인 29개의 사건들이 얽히고설켜 비로소 하나의 플롯이 완성된다. 독자는 29개의 미니 세상이 열릴 때마다 다른 등장인물이 튀어나와 문체와 시점을 달리하면서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에 적응하느라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민음사 편집부 최화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