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의 탄생』의 원제는 ‘강남’이다. 중국의 강남은 양자강 중하류 지역의 강소성, 절강성, 안휘성 일부를 일컫는다.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강남 압구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 『성탄 피크닉』이 함께 출간되기도 했지만, 묘하게도 중국의 강남과 강북의 대립 양상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물론 그 규모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강남의 엄청난 교육열과 그에 따라 형성된 거대한 사교육 시장처럼 중국 강남도 과거를 위한 수험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경제적으로는 북쪽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소외되었던 중국 강남 사람들은 과거 급제로 중앙 정치에 진출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강남에서 발달해 있던 인쇄술을 바탕으로 각종의 자습서가 쏟아져 나왔고 과거 시험 출제자들도 이 자습서를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다.

과거 시험의 필독서였던 『자치통감』은 294권으로 된 엄청난 분량이었다. 저자 사마광이 “책을 빌려 가서 끝까지 읽은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고, 여타 사람들은 한 장도 읽지 못하고 하품을 하며 졸았다.”라고 불평할 만큼 읽기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축약한 수많은 절본(節本)이 생겨났다. 그중 가장 유명했던 것이 주자의 『자치통감강목』으로 이 책은 조선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다. 주자의 『강목』 외에는 그다지 높은 수준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수험용 자습서라 할 수 있는 수많은 절본들을 통해 사람들은 과거 시험에서 마치 원본을 읽은 듯 행세하며 태연히 인용해 낼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도 한창 논술 시험 준비로 바쁠 시기다. 줄 서서 등록한 강남의 유명 학원에서 필독서 요약집을 펼쳐 놓고 한창 시험 준비에 열 올리고 있을 수험생들의 모습이 900년 전 중국 강남 사람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민음사 편집부 신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