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뻐꾸기 둥지에 사는 ‘루저’들의 영웅

 

 

이제는 명작의 반열에 오른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에서는 풋풋함이 넘치는 젊은 시절의 잭 니콜슨을 만날 수 있다. 잭 니콜슨이 호기로운 주인공 맥머피 역을 맡아 열연하기까지, 수많은 배우들이 이 영화의 출연을 거절했다. 원작자 켄 키지 역시 원작과 달리 추장 브롬든이 서술자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품고 영화 제작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결국 다음 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잭 니콜슨이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다섯 개 부문에서 상을 타며 이 작품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뻐꾸기 둥지’는 속어로 정신병원을 뜻한다. 뻐꾸기 둥지에 사는 뻐꾸기 맥머피는 병동의 다른 뻐꾸기들에게 저항 의지와 자유를 향한 열망을 심어 준다. 병동 내에서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시위하고, 낚시 여행을 다녀오고, 여자를 불러들여 파티를 여는 등 병동의 규칙에 저항하면서 환자들은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간다.

벙어리, 귀머거리 행세를 하는 ‘추장’ 브롬든, 말더듬이 빌리 비빗, 병동의 실세 역할을 하다가 맥머피와 허세를 겨루는 하딩……. 주인공 맥머피는 뻐꾸기 둥지에 모여 사는 이른바 ‘루저’들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이들을 정신병자라 손가락질해도 맥머피는 단 한 번도 이들이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맥머피는 비로소 진정한 영웅이 됐는지도 모른다. “장담하는데, 밖에 있는 멍청이들이 미치지 않은 것처럼 당신들도 미치지 않았소.”

[민음사 편집부 박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