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와 미끄럼틀은 가능하지만, 시소는 불가능한 것은? 바로 ‘혼자 놀기’다. 제아무리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도 결코 혼자서는 탈 수 없는 시소. 인간과 인간 사이의 팽팽한 긴장, 그 감정. 그렇게 시소의 감정은 인간의 그것과 가장 닮아 있다.
2007년 제1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살아 숨 쉬는 입체적 이미지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21세기 신(新)서정의 탄생을 예고한 김지녀의 첫 시집 『시소의 감정』은 무게가 같은 두 존재를 양편에 올려놓은 시소처럼 어느 쪽으로도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빚어낸다. 그녀의 시는 그렇게 조화와 균형, 평형과 리듬이라는 시소의 원리를 닮아 있다.
그녀의 시는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야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시에선 얼룩말조차 “콰하콰하 웃고”, “콰아콰아 운다”. “코하우 롱고롱고” 그녀의 시들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마치 노래를 부르듯, 춤을 추듯, 경쾌한 음악성과 자유롭게 움직이며 출렁이는 리듬감이 느껴진다.
 그녀는 언제나 ‘새로운 시’보다는 ‘나의 시’를 고민하는 시인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움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뿌리로부터 뻗어 나간 수천의 나뭇가지, 색색의 이파리들처럼, 시의 중심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듯해 보이지만 결코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 이미지가 다시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힘을 갖춘 시를 쓰고 싶어요.” 그렇게 자기 육체의 감각에 충실한,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그녀의 시는, 늘 새롭다.
 그녀의 첫 시집, 그녀가 쓴 시들의 첫 ‘집’은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누구든 문을 열고 들어와 모로 누워 방들의 등피를 어루만지며 따뜻한가, 차가운가, 느낄 수 있었으면, 내가 상상한 세계 속에서 자유롭고 재미난 이야깃거리 하나쯤은 훔쳐 갖고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첫 시집을 낸 소감을 밝힌 그녀는 “아픔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당신의 슬픔을 어루만져 준다. 오르락내리락, 그녀와 팽팽한 시소게임을 벌이는 사이, 그녀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지구의 속도처럼” 조금씩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며, 이 책을 덮은 뒤 당신의 체온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그녀의 비밀

“나는 손가락이 아홉 개다.” 그녀가 <세계의 문학 신인상> 수상 소감에서 밝힌 비밀이다. 그녀를 만날 때마다 손가락에 눈길이 가닿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녀는 흡사 마술사처럼 손을 잘 감춘다. 마술 쇼에 등장하는 미녀처럼 아름다운 외모, 밝은 성격, 그 뒤에 그런 아픔이, 라고 생각할 무렵, 그녀가 방심한 틈을 타 포착된 열 개의 손가락. 마술을 부린 게 아니라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여요, 일 리 만무하고, 속았다! 배신감에 치를 떨 때쯤 그녀는 열 개의 손가락으로 다정하게 술잔을 건넨다. “내내 나머지 손가락 하나가 불편한 감정을 데리고 다녔어요. 그사이 밤새워 썼다 지우는 글자들이 많아졌어요.” 그러한 결핍감이 그녀를 시 쓰게 만들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 순간 내 손가락이 아홉 개로 보이는 것은 비단 술 때문만은 아닐 터. 오늘, 당신의 손가락은 안녕하신지?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