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복제 인간에게는 과연 영혼이 없을까?

 

 

민음사의 새 문학전집 ‘모던 클래식’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젊은 거장들을 소개하며, 미래의 고전을 미리 만나 보는 기회를 선사한다. 그중 3권에 해당하는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부커 상을 비롯하여 영국 내 크고 작은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현대 영미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 중 한 사람이다.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말에서 혼란을 느낄 독자들을 위해 그가 일본계 이민 2세의 영국 작가라는 말을 덧붙여야겠다.
그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2005) 는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된 클론들의 기숙학교 시절 이야기를 다루며 그들의 사랑과 슬픈 운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국이라는 배경 안에서 과학소설의 틀을 빌려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이 소설은 한편으로 일본 성장 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가볍게 풍기며 아기자기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제목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는 소설에 등장하는 팝송 카세트테이프에 들어 있는 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 캐시는 어느 날 오후 기숙학교 침실에서 눈을 감고 천천히 춤을 추면서 이 팝송의 후렴구를 따라 부른다. “오,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 캐시는 이를 본래 내용과는 다르게 해석한다. 아기를 낳을 수 없는 한 여자에게 기적이 일어나서 아기를 낳게 되자 그녀가 아기에게 “나를 버리지 마”라는 의미의 후렴구를 읊조리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복제 인간의 운명을 알고 있는 외부인 마담은 그 장면을 목격하고서 눈물을 훔친다. 자신들에게 다르게 요구되는 삶의 실체를 알게 된 후 캐시는 “우리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느냐며 비통해한다. “그래도 단 한 번뿐인 삶”을 애통해하는 그들의 모습은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며 인간의 삶, 인간의 영혼, 죽음과 상실에 대한 문제를 마주 보게 한다.
이시구로는 젊은 시절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몇 군데 데모 테이프를 보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나를 보내지 마」는 이시구로가 만들어 낸 가상의 곡으로,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녹턴』을 발표하여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를 드러내기도 했다.

[민음사 편집부 박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