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우주와 인간을 사랑한 위대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의 책 『코스모스』에서 아내 앤에게 이러한 헌사를 바쳤다.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당신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 커다란 기쁨이었다.”
여기, 별과 우주와 인간을 사랑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도 모자라, ‘우주전쟁’ 중에, 그것도 ‘첫사랑’ 타령이다.

첫 시집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을 통해 종말의 이미지들을 그리며 묵시록적 종말의 표정을 탐색했던 서동욱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에서 우주로 그 발을 넓혀, ‘외계의 사랑’을 노래한다. 그는 10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펴낸 소감을 천진난만하게 밝혔다. “RPG 게임을 하며 숨겨진 아이템을 다 모은 느낌. 시들을 다 찾았다!”
세계대전도 아닌, 왜 하필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일까?
작고 아름다운 설렘으로 떨리게 마련인 첫사랑, 영원히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 순수한 사건이 우주전쟁이라는, 우주 전체가 무너지는 격랑 속을 표류한다.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 작은 점 지구 위에 참을 수 없이 가볍고 가여운 존재로 태어난 인류. 이것이 바로 우리의 운명인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시를 읽는 독자들이 시집을 읽다 잠시 고개를 들어 광대한 우주를 올려다보며, 스러지는 인간의 짧은 운명과 우주의 냉혹한 운행을 떠올리면서, 자신만의 작고 아름다운 이야기와 감정들을 ‘우주전쟁 중에 처연히 피어나는 첫사랑’처럼 소중하게 보듬어 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런 그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시인은 답한다. “나는 그와 늘 소통 불능 상태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사라진 뒤에도 그가 살아갈 그의 세월들을 염려한다.”
다시 한 번 궁금해진다. 그의 첫사랑이. “언제 지나갔는데 그게 언제였는지 모른다. 나는 길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그는 우주 미아가 되어 버린 심정으로 답하며, 단 한 번뿐인 첫사랑, 그 블랙홀 같은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최근 한국 철학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신예 철학자이자 치열한 비평을 통해 젊은 시인들의 강력한 지지자로 떠오른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2009 세계 천문의 해> 기념 시집 『별은 시를 찾아온다』 및 ‘별시 축제’를 기획하는 등 시 바깥에서도 그 우주적 상상력으로 종횡무진 수많은 일들을 꾸며 내고 있다.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무한한 상상력이다. 우주가 존재하는 한 시인의 상상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랭보가 시 쓰기를 그만둘지언정 그는 그만둘 수 없는 이유다.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