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머과이어의 『거울아 거울아』는 동화 「백설공주」의 구조를 빌려와 르네상스 이탈리아 시대에 독살, 근친, 음모로 악명 높았던 보르자 가문의 사람들을 등장시켜 지어낸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디즈니의 귀여운 난쟁이들은 집단의식이 강한 철학적인 돌-인간으로, 빨간 사과는 에덴 동상의 생명나무 열매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만을 말하는 거울은 소수에게만 진리를 보여 주는 신비한 거울로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작가는 바로크 문체와 그로테스크한 필치로 이탈리아 역사와 고전 동화를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로 탈바꿈시켰다.

이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은 이탈리아 역사에 이름을 날린 유명 인사들이다. 부패하고 세속적인 교황으로 종교개혁에 빌미를 제공한 알렉산데르 6세, 무자비하고 욕정 넘치는 체사레, 소설 속에서 오빠 체사레를 사로잡는 아름다운 비안카를 질투하는 루크레치아. 이들은 역사 속에서 실제로 어떤 평가를 받는 인물이었을까? 

“이탈리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체사레 보르자
체사레는 당시 눈에 띄는 꽃미남이었을 뿐 아니라 상당히 명석했다고 한다. 교황 아버지 덕분에 추기경이 되었지만 사냥 파티, 간통과 호색, 화려한 패션으로 유명했다. 또 마키아벨리의 관찰에 의하면 상당히 과묵해서 속마음을 절대 안 드러냈지만 한편으로는 수다스러운 허풍쟁이의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위대한 전략가로서 전투적으로 일하는 한편 한동안 빈둥거리며 침실 밖을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측근들에게 신경질적으로 화를 잘 냈지만 백성들에게는 관대하는 등 모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교황령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무자비하게 이탈리아 통일 전쟁을 벌였던 체사레는 루크레치아의 정부를 질투하여 그를 죽였으며, 동생 후안이 의심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을 때는 그를 심하게 질투하던 체사레가 죽였다는 소문이 났다.

악명 높은 팜파탈 루크레치아, 권력의 희생자인가 공모자인가?
루크레치아는 야심으로 똘똘 뭉친 친오빠 체사레의 공모자이면서 동시에 보르자 가의 영토를 넓히기 위한 정략결혼의 희생자였다. 세 번째 남편 밀라노의 조반니 스포르차와 이해관계가 갈리자 알렉산데르 6세는 그를 성 불구라는 이유로 결혼을 무효화했고, 조반니는 루크레치아를 알렉산데르 6세와의 근친상간으로 고발했다. 나폴리와의 유대 강화를 위해 혼인한 네 번째 남편인 알폰소는 결국 체사레의 심복에 의해 살해당했다. 마지막으로 페라라의 알폰소와 결혼한 루크레치아는 알렉산데르 6세가 죽고 나자 비로소 정상적인 삶을 살면서 예술 후원자로서 페라라를 문화 중심지로 이끌었다.  

         ※ 위: 루크레치아의 여러 모습들과 교황 알렉산데르 6세
            아래: 체사레의 여러 모습들과 루크레치아의 마지막 남편 알폰소 데스테     

[민음사 편집부 양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