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8번으로 출간된 『더 이상 평안은 없다』(1960)는 나이지리아 국가상을 받은 작품으로 ‘아프리카 현대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대표작이다. 아체베는 영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이지만 작품 속에 옛날이야기, 노래, 속담 등 아프리카의 전통 요소를 끊임없이 도입하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이보족의 속담은 그의 표현대로 “말이 술술 먹히도록 돕는 야자유”로서 그의 작품을 더욱 윤택하고 감칠맛 나게 만든다. - 빌려 준 돈에 곰팡이는 필지 모르나 절대로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 이 작품 속에 언급되는 속담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아프리카인들의 재치와 해학, 신념과 세계관 등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세련된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 언어적 우월성에 독자들은 깜짝 놀라게 된다. ▲제국주의와 근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정 부패의 늪에 빠져 추락하는 나이지리아 지식인 청년의 비극을 굵직한 선으로 표현된 얼굴 표정을 통해 강렬하게 묘사한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들려주던 이보족의 옛날이야기의 한 장면. 양의 오랜 친구인 표범은 친구가 시장에 간 것을 알고는 양의 우리로 가서 어린 새끼들을 잡아먹으려 한다. 양이 야자열매 속에 새끼들을 숨기고 간 사실을 모르는 표범은 새끼를 찾지 못하자 배가 고파 야자열매라도 먹으려고 하지만, 열매를 깨자마자 씨앗이 덤불 속으로 날아가 깜짝 놀라고 만다. ▲이보족의 속담 가운데에는 ‘형제들이 떨어져 사는 것은 뱀의 저주이다.’라는 말이 있다. 뱀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 살면 아무도 접근하려고 하지 않지만, 각기 독자적으로 살아가면 인간의 손쉬운 먹이로 전락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1989년 나이지리아 이바단 대학에서 명예 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는 여전히 나이지리아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런던, 뉴욕, 워싱턴 등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전시되고 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의 첫 한국 출간을 위해 그는 자신의 삽화를 무료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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