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샌더스 퍼스 뒤로

관계논리 연구와 실용주의(프래그머티즘) 탐구로 유명한 미국의 과학자, 논리학자, 철학자. 퍼스는 1839년 9월 10일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 벤저민 퍼스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천문학과 수학을 가르친 교수였다. 퍼스의 지적인 재능을 간파한 아버지는 아들을 직접 어렸을 때부터 교육시켰고, 칸트 철학, 화학, 수학 등에 일찍이 입문한 퍼스틑 대학에 들어갈 즈음에 이미 탁월한 지적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퍼스는 하버드 대학교 학사 과정에서는 특별히 주목받지 못한 학생이었지만, 1862년에는 수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1863년에는 연이어서 최우수학생으로 화학과를 졸업했다. 직업과 관련하여 얼마 동안의 망설이다가 1861년 미국연안측지청(Unites States Coast Survey)에 입사하였으며 1891년 밀퍼드에 은둔할 때까지 30년 동안 재직했다. 이 무렵 은하계의 모양을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는 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고, 1879년 진자 연구에서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m를 빛의 파장으로 측정하는 선구적 방법도 개발했다. 1876년 미국학술원 회원, 1877년 국립과학원 회원, 1880년 런던수학학회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또 1879-1884년 아직 논리학의 시대가 열리지 않았을 때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논리학 강의를 했다. 하지만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윌리엄 제임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지식한 성격과 불우한 가정사로 인해 평생 동안 대학에서 전임 교수직은 얻지 못했다.

퍼스는 가장 넓은 의미로 논리학을 기호에 관한 일반이론인 기호학과 동일시했다. 미완성 논문 「기호학으로서 간주되는 논리체계(A System of Logic, Considered as Semiotic)」에서 기호작용(기호화)과 동역적 작용(기계적 작용)을 구분하는 데 힘을 쏟았다. 퍼스는 연역논리 또는 수리논리에 크게 기여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귀납논리와 ‘역귀납(retroduction)’ 또는 ‘가추법(abduction)’이라고 부른 논리를 연구했다. 가추법은 예기치 못한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시험 삼아 승인하는 방법이다. 퍼스는 연역법과 더불어 가추법과 귀납법이 서로 구별되면서도 적극적으로 연관된다고 보고 이 세 가지 논리를 명확히 확립하는 데 힘썼다.

퍼스의 실용주의는 《포퓰러 사이언스 먼슬리》에 「과학 논리의 예증들(Illustrations of Logic of Science)」(1877-1878)을 연재하면서 다듬기 시작했다. 퍼스에게 과학적 방법은 믿음을 확정하는 여러 방법들 가운데 하나였고, 믿음은 본질적으로 습관적 행위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실용주의 운동이 성행할 때 당시 유행한 실용주의의 온갖 형태와 설명 방식에 만족하지 못한 퍼스는 생애 마지막 연구 기간에 주로 그때까지 “실용주의”라고 부른 사상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체계적으로 완성, 증명하는 데 몰두했다.

퍼스는 두 번 결혼했지만 자식은 없다. 1862년 해리엇 멜루시나 페이와 결혼했으나, 아내가 떠나자 1883년 다시 줄리엣 푸르탈라이와 결혼했다. 이들은 펜실베이니아 주 밀퍼드 근처 델라웨어 강가의 농장에서 지냈다. 퍼스는 자신을 스스로 “목가적인 논리학자” 또는 “논리학을 위한 은둔자”라고 불렀다. 말년을 질병과 가난으로 고생했으며, 윌리엄 제임스와 같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연명해 나가다가, 1914년 4월 19일 밀퍼드에서 생을 마감했다.

오늘날 퍼스는 미국이 지금까지 배출한 가장 독창적이고 다재다능한 지성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이러한 평가는 뒤늦게야 이루어졌고, 지금도 대부분의 저작은 아직도 전문가들에게만 알려져 있다. 또 전문가들 역시 퍼스의 저작 전체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실정이다. 퍼스는 철학자에게는 우연과 진화론적 형이상학을 제시한 사람이고, 수학자에게는 선형대수에 이바지한 사람이며, 논리학자에게는 논리대수의 창시자다. 또 심리학자에게 퍼스는 미국 최초의 현대심리학자이고, 기호학자에게는 기호학의 공동창시자이며, 문헌학자에게는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영어 발음에 관한 권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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