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세희 뒤로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전공 강의실보다 체육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체대생들 틈에서 전공과 동떨어진 과목을 청강하거나 체력 단련실에 출석 도장을 찍는 게 주된 일과였다. 브라질 유술을 하겠다며 동아리를 만들고, 대회에 나가 여기저기 다치고 돌아오길 반복했다. 다쳐서 거동이 불편한 시기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글을 썼다. 결국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엔 모두가 정체를 궁금해 하는 경계에 선 사람이 되어 있었다. 주변에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의 면면을 꼽아 보니 격투기 선수, 공학 박사, 물리 치료사, 초등 교사, 기자에 이르기까지 뒤죽박죽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경계인’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은 바로 좀처럼 서로 만날 기회가 없는 영역들을 잇는 연결고리였다.
학문과 기술이 갈수록 세분화되는 오늘날. 영역마다 전문성은 깊어졌지만 그만큼 고립되기도 쉬워졌다. 그리하여 누군가의 상식이 타인에겐 지식이 되고, 낭설이 정설로 둔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금은 뭐든지 영역을 가르고 나누기만 하던 미분의 시대가 아니라 서로 잇고 통하는 소통과 통섭의 시대다.
『다이어트 진화론』은 바로 이런 시선에서 출발한다. 하룻밤에 10킬로그램을 빼는 프로 선수들과 한 달 내내 1킬로그램도 못 빼는 사람들을 이어 주는 이야기며, 서로 무관해 보이던 이야기들을 교차해 만든 실용서이자 인문서다.
인류학, 고고학, 역사, 사회학, 스포츠, 영양학 사이를 오가는 ‘카오스’ 속에서 생애 최후의 다이어트로 가는 ‘코스모스’를 발견하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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