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월 뒤로

마지막 LP 세대, 혹은 첫 번째 CD 세대.

학창 시절, 지역의 모 단체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에 참가하려 했으나, 수업 빼먹으려고 별짓을 다 한다며 담임에게 욕만 무지하게 먹었다. 물론 수사적 표현일 뿐, 욕‘만’ 먹었던 건 아니고 맞기도 좀 맞았다. 뭐, 심각한 난독증 탓에 글을 쓰기는커녕 읽는 것조차 제대로 못 했던 게 사실이고, 백일장 핑계로 학교를 빠져나가 한나절 놀다 오려던 것도 사실이긴 했다.

해적판 만화책과 대본소용 무협지에 빠져 살게 되면서 겨우 한글을 읽고 쓰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지금도 소수의 인원이 혼란한 세상을 무력으로 돌파해 나가는 이야기에 사족을 못 쓰고, 세로쓰기 된 책만 보면 신이 난다.

한순간도 문학 소년, 내지 그 비슷한 고귀한 신분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관계로 글 쓰는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어쨌거나 꿈에도 예상 못 했던 그 일을 되도록 오래도록 하며 지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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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