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춘신 뒤로

리춘신은 1961년 중국 칭다오 인근의 신춘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농부 집안의 일곱 형제 중 여섯째였던 그는 어린 시절 먹을 것이 없어 배를 주릴 만큼 혹독한 가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힘든 삶 속에서도 성실하고 정직했으며, 어린 리춘신에게 가난 대신 꿈을 물려주었다.
리춘신은 베이징 무용 학교의 학생으로 뽑히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 베이징 무용 학교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고, 그 자격으로 미국에서 여름 학기 발레 수업을 받게 된다. 그는 미국 유학 생활 중 재능을 인정받아 휴스턴 발레단에 입단했고 망명을 결심한다. 망명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관계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휴스턴 발레단의 후견인인 바버라 부시(당시 조지 H. W. 부시는 부통령이었다.)와 FBI 등의 정부 기관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망명에 성공했다.
그 후 리춘신은 세계 유명 발레단의 잇따른 초청으로 세계 무대를 누볐고, 미국 국제 발레 대회, 일본 국제 발레 대회, 러시아 모스크바 대회 등을 석권하며 세계 최고의 발레리노로 명성을 굳혔다.
무용으로 세계 최고가 되었지만 리춘신에게 중국은 돌아갈 수 없는 땅이었기에 그는 고향 마을의 흙냄새와 가족의 사랑이 끔찍이도 그리웠다. 하지만 덩샤오핑의 개방 정책으로 그는 망명 생활 십 년 만에 중국 입국 허가를 받았고, 1995년에는 휴스턴 발레단과 함께 꿈에 그리던 고국의 무대에 주인공으로 서는 영광을 누렸다. 발레는 그에게 세계를 향한 항해의 시작이었고, 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그는 고국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십육 년 동안 몸담았던 휴스턴 발레단을 떠나 호주 발레단에서 삼 년간 활동했고, 현재 은퇴하여 멜버른에서 부인과 세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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