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스와프 렘 뒤로

극작가, 미래학자, 문명학자, 과학 철학자, SF 평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알려진 렘은 1921년 폴란드 르부프에서 유대계 의사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르부프 의학 대학에 진학하여 수학하던 중 독일군의 점령으로 자동차 정비공과 용접공으로 일하며 지하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얄타 협정으로 폴란드의 국경선이 조정되면서 크라쿠프로 강제 이주하여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학업을 재개하였다. 1946년 장편 소설 『화성에서 온 인간』 연재로 등단하였고, 장편 소설 『우주비행사들』(1951)이 널리 호평받으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명석한 두뇌에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규칙적으로 집필하는 성실성을 겸비한 렘은 6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남긴다. SF적 상상력과 문학을 절묘하게 접목한 독보적인 소설을 개척했고, 실험적인 추리물, 방송극 대본, 문학 평론과 서평, 문화 비평 칼럼, 과학 및 의학 논문 등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를 실험했다. 외계의 낯선 생명체와 맞닥뜨린 인간이 겪는 소통의 문제, 미지의 존재와의 갈등을 통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 기술 진보에 따른 인류 미래에 대한 탐구는 렘의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다. 이른바 ‘접촉 3부작’에 해당하는 『에덴』(1959)과 『솔라리스』(1961), 『우주 순양함 무적호』(1964)를 비롯하여 『행성으로부터의 귀환』(1961), 『주의 목소리』(1968), 『우주 비행사 피륵스 이야기』(1968)에서 그러한 주제 의식은 빛을 발한다. 신랄한 풍자와 익살, 그로테스크한 작법이 돋보이는 블랙 코미디로는 이욘 티히 연작, 『욕조에서 발견된 회고록』(1961), 로봇 시리즈로 분류되는 『로봇의 서』(1961), 『로봇 우화』(1964), 『사이버리아드』(1967)가 있다. 1981년 폴란드에 계엄령이 선포된 후 렘은 1988년까지 서베를린과 빈에 체류했다. 이후 폴란드로 돌아와 국내외 다양한 언론과 소통했으며, 2006년 3월에 향년 85세 나이로 타계했다. 렘의 선구적인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2년 국제천문연맹은 소행성3836에, 2013년 폴란드 정부는 폴란드 최초의 인공위성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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