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 뒤로

10년은 훌쩍 넘기고 20년은 조금 못 되게 번역을 하고 있지만, 느린 데다 게으르기까지 한 치명적 조합을 타고나 여느 번역가라면 2~3년에 해낼 권수의 번역서만 냈다. 그러니까 2003년에 나온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을 시작으로, 『이미지의 문화사』, 『지도, 권력의 얼굴』, 『에릭 포너의 역사란 무엇인가』,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한다』를 거쳐, 2015년의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까지, 대표적인 역서가 아니라 전부 다 꼽아 봐도 채 몇 줄을 넘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는 번역의, 정확하게는 자기 번역의 한계 같은 것을 느끼며, 일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도 좋은 책을 들이밀면 마음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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