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만해대상 수상 소감

잉고 슐체(독일 소설가)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수상 소감을 두 가지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북미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에게서, 두 번째 이야기는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스베보에게서 찾았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린 물고기 두 마리가 헤엄치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더 나이 많은 물고기 한 마리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그 물고기는 어린 물고기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합니다. “안녕, 얘들아. 물이 어때?” 어린 두 물고기는 한동안 계속 헤엄칩니다. 그러다 마침내 한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를 보고 말합니다. “도대체 물이 뭐야?”

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오직 이야기로만 답할 수 있습니다. 여기 두 번째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탈로 스베보는 어떤 소설에서 언젠가 기차를 타 봤으면 하고 간절히 원하는 한 소녀를 그립니다. 마침내 소망이 이루어져 소녀는 기차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하더니 도무지 그칠 줄을 모릅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소망이 이루어진 이때 하필 왜 우느냐는 질문에 소녀는 흐느껴 울며 힘겹게 밖을 내다보더니 이렇게 속삭입니다. 기차가 하나도 안 보이잖아요.

이 두 이야기를 통해 저는 무엇보다도 문학을 읽으면서 제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또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친숙하고 자명한 것으로 여기는 세계가 돌연 낯선 세계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지금껏 믿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그런 세계 말입니다. 만약 의식적인, 즉 가치 있는 삶을 누리려 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자명함을 인식해야 하고, 우리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하며, 물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저는 이탈로 스베보의 이야기를 이렇게 이해합니다. ‘우리에겐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기차 창가에 선 자신을 볼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우리의 가장 큰 소망들이 이루어진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서로 다른 두 사회 체제를 아는 것을 장점이라 느낍니다. 한 체제 또는 다른 체제 안에서 자명하다고 여겨졌던 것, 또는 그렇게 여겨지는 것을 역사적으로 형성된 무언가, 인간이 만든 무언가, 그러므로 변화할 수 있는 무언가로 쉽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89년 동독에서 일어난 혁명이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혁명이었다는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폭력은 안 된다!’라고 외치지 않는 시위는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 모두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몇 달 전 적용된 ‘중국식’ 해법에 대해 불안해했습니다. 국가[동독]가 그러한 목적으로 준비해 두었던 무기를 투입하지 않은 것도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평화로운 혁명에도 역시 두 가지 면이 있는 법입니다.

저는 세계 변화를 한편으로는 자기 해방과 제가 지닌 가능성들의 확장으로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예속 상태의 변화로도 느꼈습니다. 1989년 이후 유럽에서는 자유 개념이 훼손되었습니다. 기득권자들이 자유 개념을 평등, 즉 사회 정의와 분리하려고 애썼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기득권자들의 과두 정치에 의해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상태가 자연적이라고, 영속적이라고, 변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문학은 ‘물이 어때?’라고 계속 물음으로써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학은 우리로 하여금 기차 창가에 선 자신을 보게 해 주며, 우리가 탄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 인식하게 해 줍니다.

이렇게 노력하는 가운데 저는 만해대상 수상보다 더 큰 영예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을 어떤 식으로든 자기 자신과 비교하려는 건 부적절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도 제가 아는 한, 그분의 삶과 그분의 글쓰기, 그리고 전쟁에, 억압에, 외세의 압력에 맞선 비폭력 투쟁은 감명적이며, 크나큰 격려입니다. 제가 만해 선생님의 이러한 격려를 받을 만하다고 인정해 주신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우리의 생각, 우리의 시와 소설을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겨 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번역자가 없다면 우리는 서로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