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인│ 돌고래 선언문 외 7편

최지인2

왼쪽 가슴에 종양 두 개가 자라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하루에 세 번씩 항생제를 삼킵니다. 그의 종양은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코피를 자주 쏟는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시를 읽습니다. 그것들이 어떤 의미로서 발화되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세계에 대한 견해를 갖고 주체적인 태도를 지니기 위해 사유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보이는 것뿐입니다. 겉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무기력한 언어는 어떠한 것도 구축할 수 없습니다. 쉽게 붕괴되고 맙니다. 저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할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두렵습니다. 어두운 골목을 지나 어딘가에 몸을 눕힐 것입니다. 저는 거짓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싸우고 있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을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보겠습니다. 단단한 언어로 세계를 어루만지겠습니다.

좋지 않은 글을 읽는 것은 곤혹임이 틀림없습니다. 김근 선생님,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책으로 둘러싸인 연구실. 어머니처럼 돌봐 주신 이경수 선생님,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밥상도 없이 맨바닥에서 하얀 밥과 깻잎 절임을 허겁지겁 먹었지요. 밥 한 숟가락 말없이 제 밥그릇에 옮겨 주었던 보영. 8인 병실에 누워 오른손을 감싸고 있었던 성규. 부치지 못한 편지가 일기장 한쪽에 끼워져 있습니다.

‘난장’ 식구들, 현진, 이영주 선생님, 조동범 선생님, 이윤학 선생님, 윤한로 선생님, 홍우계 선생님, 오형엽 선생님, 중앙대 많은 선생님, 안양예고 선후배 동기, 대신 야학 교사와 학생들, 신촌 모임……. 감사의 마음을 전할 사람이 너무도 많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하나하나 이름을 적지 못해 죄송합니다.

우리 엄마 아빠 정지은, 최재석.

부족한 제 작품을 뽑아 주신 서동욱 선생님, 김행숙 선생님, 이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1. 2018.1.2 12:01 오후

    비공개 댓글

  2. 박유리
    2013.12.18 3:08 오후

    예전에 가족사회학 수업을 같이 들었어요. 이 소식을 알고 축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그러질 못했네요. 이렇게 지면을 빌어서 축하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