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시 부문 수상 소감 – 안미린

안미린│라의 경우 외 9편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어쩌다 오물이 묻으면 두 번 반 절하고 싶던 시집들, 다시 읽고 싶어서 잊고 싶던 시들, 시가 좋았지만 저 자신이 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외계인의 가능성을 흠모하지만, 외계인의 피부를 가질 수는 없듯이 말이에요. 밤중에 소식을 들었습니다. 스스스 일어나 묘지로 향했습니다. 맨손으로 비석에 쌓인 밤 먼지를 털어 냈습니다.12시였으니까 그들 중 두 명쯤 부스스 일어나 스르르 축하해 주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지금 여기는 미국이지만, 언어를 배우기보다 어떻게 하면 계속 모를 수 있을까 골몰해 왔습니다. 모르는 언어란, 알아듣지 못한다는 묘한 안도감이란, 오래도록 앓고 있던 이명을 마침내 잠재워 주었으니까요. 이 시들은 겨우 고요한 시간, 오전의 생생한 묘지에서 쓰인 것입니다. 혼잣말을 해도 손끝은 언제나 따뜻했습니다. 없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살아 있었어도, 우리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묘지의 외국인들에게 고맙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겐 살아 있으므로 한 명 한 명 만나서 감사를 드릴게요.

계속 시를 쓰겠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매끄러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계속계속 시를 쓰겠습니다. 외계인의 완성된 눈망울을 가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