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외 49편

▶ 심사위원: 김기택·이장욱·김행숙

▶ 본상: 상패

▶ 부상: 상금 1000만 원

심사 경위

2011년 제30회 <김수영 문학상>에 접수된 응모자와 응모 편수는 총 133명 7873편으로, 지난해(90명 4829편 응모)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었다. 또한 상당수의 응모자들이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나 유명 문예지로 등단한 후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성 시인들이었기 때문에 《세계의 문학》 편집진은 심사 결과를 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심사 방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예심과 본심위원을 따로 구별하지 않고, 심사위원들의 1차 독회를 거쳐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을 다시 교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또한 올해도 응모자의 이름과 약력 등이 명기된 앞뒤의 표지를 모두 떼어 내고 작품이 접수된 순서대로 번호를 매긴 후, 심사위원들에게 작품을 보내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심사는 제1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인 김기택 시인과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평론가인 이장욱 교수, 그리고 시인인 김행숙 교수가 맡아 주었다. 예심을 통과하여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 「검은 사이프러스 숲」 외 49편
  • 「내 손안의 권총」 외 49편
  •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외 49편
  • 「앤디 워홀의 달걀」 외 50편
  • 「옆구리의 발견」 외 59편
  • 「월요일」 외 57편
  • 「진실게임」 외 49편
  • 「타로」 외 49편
  • 「프라이데이 클럽」 외 50편

본심은 10월 6일 민음사에서 진행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통과한 각각의 작품에 대한 장단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선 1차적으로 「내 손안의 권총」 외 49편,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외 49편, 「진실게임」 외 49편, 「프라이데이 클럽」 외 50편 등 네 명의 작품으로 압축하였다. 이들 작품은 저마다 독특한 시적 개성과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 주었으나 장점과 함께 지적된 미완의 지점들로 인해, 최종적으로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외 49편과 「진실게임」 외 49편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계속하였다.

「진실게임」 외 49편은 언어와 언어의 충돌과 파열을 통해 매우 개성적이고 강한 에너지를 보여 준 울림이 큰 작품이었으나, 간혹 지나치게 강렬한 어휘들이 시의 심연을 오히려 평면화한다는 것, 관념으로 만든 듯한 어색한 이미지가 노출된다는 것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외 49편은 “전세계를 주유하는 듯한 스케일의 상상력”과 “극단적인 산문성 속에서도 정교한 운문의 리듬을 구현할 줄 아는 언어 감각”, “여운이 긴 유머”, “생각의 꼬리가 긴 시적 아이러니” 등이 “천진스럽고 심술궂은 악동의 시선”을 통해 “낯선 잔혹 동화 같은” 매력적인 시 세계를 구현하며 “낯선 것이 낯익은 것에 닿고, 가장 낯익은 것이 가장 낯설어지는 순간”을 체험하게 한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외 49편을 제30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수상자의 당선을 축하한다.

[세계의 문학 14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