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뒤로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1940년 4월 13일 세계적인 휴양 도시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니스에서 태어났다.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덕분에 영어와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그는 처음에는 영어로 글을 쓰려 하였으나 영국이 인도양의 모리스 섬을 식민지화하려는 데에 반감을 느껴 불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 『조서』(1963)로 <르노도 상>을 수상함으로써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 그는 브리스톨 대학과 런던 대학에서 수학하였고, 1964년 앙리 미쇼에 대한 연구로 프랑스의 액스Aix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6-1967년 군 복무로 방콕에서 체류하면서 불교와 선(禪)의 세계를 접했고, 1967년 멕시코 체류를 통해 남미 인디언들의 삶에 매료되기도 하였다. 1969-1973년에는 파나마에서 남미 인디언들과 자주 어울려 살며 그들에게서 자신의 철학과 작품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첫 소설 이후 두 권의 인디언 신화 번역서와 더불어 장편, 단편, 에세이 등 30편이 넘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1980년 『사막』을 위시한 그의 전 작품으로 <폴 모랑 상>의 첫 수상자가 되었고, 1994년에는 잡지《Lire》에서 행한 설문조사에서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1963년 『조서』, 1965년 『열병』을 거쳐 서구 대도시의 혼동, 두려움, 고뇌를 그린 『홍수』(1966)를 발표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개척하기 시작한 그는 1970년대를 전후하여 『사랑의 대지』(1967), 『도피의 서』(1969), 『전쟁』(1970), 『거인들』(1973)을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명성을 확고히 한다. 아마도 『거인들』이 그의 글에서의 어두운 시기에 종지부를 찍는 작품일 것이다. 『저편으로의 여행』(1975)에서 볼 수 있는 보다 절제된 문체, 보다 폭넓은 주제 의식은 『몽도,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1978)이라는 단편집에서 유년 시절과 산업화되기 이전 사회의 순진함에 대한 향수로 이어진다. 1970년대를 전후하여 그의 작품들이 보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계속되는 남미 여행과 체류 그리고 남미 인디언들과의 생활을 통해 타락한 언어 뒤에 숨은 보다 상위의 현실로 접근하는 방법을 깨달으면서일 것이다. 감정만이 보편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통로일 때 언어는 그 공격의 칼날을 접고 순진무구한 상태, 이를테면 오르페우스의 노래처럼 사물, 세상과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케 하는 도구가 된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그의 작품들은 죽음, 침략, 폭력, 사물의 예속화, 삶의 파괴를 가져오는 인위적인 서구 사회에 대한 비난, 공격, 그리고 그 사회로부터의 도피 수단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 언어, 사물, 자연, 세계가 함께 어우러지는 신화적 유년 시절(남미 인디언들의 세계로 현재화된)로 회귀하는 긴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도서
연령 13세 이상 | 출간일 2011년 12월 30일
출간일 2001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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